강중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지금처럼 일교차가 10도 이상으로 큰 초가을 환절기에는 여러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주의와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 동안 지치고 소모된 체력에다가,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와 상대적인 일조시간 감소 등으로 인해 인체의 주위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체온 유지가 원활하지 못하며, 쉽게 피로를 느끼고 면역력이 감소되기 때문에 감기를 비롯한 다양한 환절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한쪽의 얼굴 근육이 갑자기 마비되어 입과 눈이 한쪽으로 삐뚤어지는 말초성 안면마비가 그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원인은 과로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어 바이러스가 침범하거나 찬 날씨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안면부 혈류에 장애가 생기는 등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신경인 안면신경에 염증이나 부종으로 인한 손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환절기인 지금부터 겨울까지 말초성 안면마비의 발병이 특히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말초성 안면마비는 일반적으로 뇌경색이나 뇌출혈 등에 의해 발생하는 중추성 안면마비와는 증상에서 감별이 될 수 있는데, 말초성 안면마비의 경우 마비측 이마 주름이 잘 잡히지 않고, 귀 뒤의 통증이 나타나거나 미각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나, 중추성 안면마비는 양쪽 이마의 주름이 잡히며 반측의 팔다리 마비나 언어장애 등과 같은 전신적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학업에 의한 과로 및 입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수험생,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며 휴식과 운동이 부족한 직장인 등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말초성 안면마비가 발병할 수 있으며 최근 발병 빈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편측성으로 나타나는데, 그 양상은 이마 주름이 잡히지 않고, 눈썹이 쳐지고, 눈이 감기지 않으며, 코의 근육이 수축하지 않고, 병변 측 입이 늘어지게 되는 등 안면 비대칭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 이외의 증상으로 병변 부위에 따라 귀 뒤의 통증, 눈물 분비 장애, 미각 장애, 청각과민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이 주로 안면부에 국한되어 있어 일상적인 신체 활동에는 제한이 없으며, 마비의 정도가 굉장히 경미한 경우 특별한 치료가 없이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발병율이 국내의 경우 인구 1,000명당 1명 꼴로 추산되고 있어 아주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안면신경의 손상 정도가 심한 경우 초기부터 최대한 병의 악화를 막고, 하루라도 빨리 호전이 시작되기 위한 적극적이고 통합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면 평생 동안 영구적인 마비가 남는 등의 후유증을 남겨 자존감 저하로 인한 대인 기피나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양치질할 때 한쪽으로 물이 새어나오거나, 식사할 때 한쪽으로 음식물이 흘러나오고 고이거나 맛이 잘 느껴지지 않거나, 귀 뒤의 통증이 발생하는 등의 말초성 안면마비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지체없이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환절기에 이러한 말초성 안면마비와 같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먼저 야외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인 만큼 적절한 운동 등의 신체 활동을 통해서 체력을 강화하고 축적된 과로나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또한 우리 몸이 기온 하강 등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지 않도록 외출시 얼굴을 포함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간헐적으로 안면부를 따뜻하게 마사지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등산이나 야외 운동시 땀이 난 상태 그대로 찬바람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불규칙한 수면이나 식사 습관을 최대한 규칙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다이어트를 위한 과도한 절식 등을 피하고 몸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도 바쁜 일상 중에서 잠시 짬을 내어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푸르게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을 느긋하게 올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한번 가져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