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상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 교수
폐경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세월이 가는 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폐경과 동시에 여성의 몸에서 봄날은 끝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로 ‘상실감’이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고 여성의 몸과 마음을 흔들어 놓는 시기가 갱년기이다.
“목이 답답해서 겨울에도 목까지 올라오는 티를 못 입는다.”
“영업 일을 해서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얼굴이 붉어져서 술 마시고 나왔냐는 말을 들어서 민망하다.”
“혼자 머리에만 땀이 집중적으로 나서 땀 닦느라 사람 만나기 꺼려진다.”
“밤만 되면 머리에서 땀이 흐르고 잠을 못 자니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어요.”
“손발이 차고,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감기도 자주 걸려요.”
이렇게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느껴지며 우울감이 더 심하게 오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그냥 기분 탓일까 생각해보지만 작년과는 다르게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집중력이 저하되어서 자꾸 깜빡깜빡 무언가를 잊어버리게 되고, 뭔가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마음이 자리 잡게 된다. 우연히도 폐경기 전후에 이런 증상들이 나타났고, 특별히 건강상의 다른 이상을 찾지 못하는 경우이다. 사실 우연이 아니다. 바로 ‘갱년기 증후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폐경은 우리 몸에서 나이가 들면서 거쳐 가야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리적 과정’이라는 것이다. 여성의 인생에서 중간 결산 지점에 해당하여, 자신의 몸에 대해서 평가하고 유지하기 위한 시기가 폐경기이다.
이 시기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 갱년기 증후군 증상들이다. 폐경기 여성의 75% 정도가 직면하게 되는 고통이 바로 ‘혈관운동성 증상’인데, 안면 홍조가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증상은 1년에서 2년까지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간혹 폐경이 된 지 10년이 넘어서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 대신에 ‘비호르몬 요법’인 한의약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심한 경우 단기간에 최소 용량으로 정확한 산부인과의 진단 하에 호르몬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 호르몬 요법을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나 증상의 정도에 따라 비약물 요법인 침 치료 만으로도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갑자기 혼자서 얼굴 붉히고 땀이 나는 안면 홍조 증상만 나타나도 당황스러울 수 있다. 안면 홍조와 머리에 땀이 나는 증상과 더불어 손발은 얼음장처럼 차면서 다리, 엉덩이 부분까지 시린 수족 냉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우리 몸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위는 더워서 답답한데, 아래는 냉골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이걸 ‘상열하한(上熱下寒)’ 또는 ‘음허화동(陰虛火動)’이라는 표현을 쓴다. 좀 더 쉽게 이야기 하면, 우리 몸에는 불과 물의 기능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두 가지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물’에 해당하는 기운이 더 많이 줄어들므로, 상대적으로 열이 나는 듯해지는 상태가 갱년기 증상이다. 결국 우리 인체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폐경이 되어도 갱년기 증상이 없이 건강하고 즐거운 폐경이후의 인생을 누리는 여성들도 있다. 바로 폐경기가 되었지만 우리 인체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람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이고, 폐경 나이가 되기 전에 이 균형이 깨지는 경우에는 폐경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나요~ 하지만…”
사람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폐경이 되는 시기를 늦추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폐경기 증상들이 가볍게 지나게 할 수 있으려면 여성의 난소 기능 저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나 정신적인 요인 등 모든 생활에 있어서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도 단순히 호르몬 부족에 해당되는 신허 증상이 아니라 화병의 경우와 같이 기가 울체되는 경우, 심화가 조장되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게 치료의 목표를 잡는다. 인생 최대의 변화 시기에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기와 혈, 음과 양이 조화롭게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폐경기를 지내는 방법이다.
갱년기 증상에는 ‘비호르몬 치료법인’ 한약과 침, 뜸 치료를 하고 있다.
첫째, 갱년기 장애의 한약 치료는 전신적 관점에서 치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바로 그 불과 물이 부족한 것을 살펴서 부족한 것은 보충해주는, ‘자음(滋陰)시키는 한약’을 쓰고, 만약에 막혀서 그 물이 잘 돌지 않으면 그 막힌 것을 뚫어주는, ‘소간해울(疏肝解鬱)’해주는 치료 방법을 사용한다. 거기에 기운이 부족해져서 오는 경우에는 ‘기를 보충해주는 작용’의 한약을 써서 폐경 이후 면역력 강화와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특히 침 치료는 폐경기 증후군에 매우 효과가 좋다는 연구 논문이 많이 있어서 높은 수준의 근거 중심적인 우수한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이다. 이러한 침 치료는 국민의료보험 적용을 받아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한의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다. 자연스러운 폐경뿐 아니라 유방암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생기는 안면 홍조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그 외에도 뜸이나 약침 등의 다양한 방법의 치료 방법으로 우리 몸을 자연스럽게 개선시키는 효과로 갱년기를 원만하게 지나갈 수 있게 해준다.
갱년기는 절정에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내 인생의 후반전도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갱년기 증후군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
안면 홍조, 발한, 심장 두근거림, 두통, 어깨 결림, 무력감, 식욕감퇴, 구토, 과민성 대장증후군, 골다공증, 요통, 손발저림, 어깨결림, 요실금, 빈뇨, 우울감, 불면, 건망증, 체중 증가, 성욕 감퇴, 질 건조, 현훈, 구강 건조, 수족 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