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 3학년인 최씨는 몇 달 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병이 생겼다. 최씨는 재수해서 대학에 진학했지만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전공으로는 미래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최씨를 괴롭혔다. 본인의 전공보다는 전문직이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홍길동은 학교를 다니면서 회계사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 성적도 놓칠 수 없었기에 매일 새벽까지 공부하는 나날이 계속되었고 여름 방학에도 학교 도서관에 있는 날들이 많아졌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도 매미가 기승을 부렸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매일 매미소리가 들렸다. 최씨는 요즘 매미가 많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매미가 너무 시끄럽게 울면서 공부를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최씨가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러 가면서 오늘 매미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 것 아니냐고 묻자, 한 친구가 최씨를 보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최씨는 친구가 장난치는 줄 알고 다른 친구에도 같은 질문을 했으나, 역시나 친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최씨를 쳐다봤다.
최씨가 이상을 느끼고 어머니와 함께 외래를 방문했을 때, 이미 그는 심해진 이명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약해져 있었다. 체중은 10kg 가까이 빠져있었고 안정제 없이는 이명이 너무 커서 잠도 못자는 상태였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는 청력 검사 및 이명 설문조사와 함께 스트레스에 대한 자율신경계 반응 검사와 신체 반응 활성도에 대한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청력은 정상이었으나 이명 설문 조사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보였고, 스트레스에 대한 자율신경계 반응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스트레스성 이명’의 전형이었다. 그 중에서도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되어 있는 불안장애형 상태였다. 더욱이 최씨의 경우는 신체 반응 활성도 검사 결과가 비슷한 연령대의 남학생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최씨의 상태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주 사소한 자극에 의해 쉽게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곤란하며, 머리가 아파오고 이명 소리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몸 상태를 보였다.
이런 경우, 특히 최씨처럼 젊은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스스로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것이다. 대체로 젊은 환자들은 스스로 몸이 얼마나 약해져있는지를 부정한다. 그리고 식습관과 수면이 불규칙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싫어하고 강한 약을 먹고 빨리 호전되기만을 바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장년층 환자들과 비교하여 이명과 같은 질환 치료가 훨씬 어렵다.
다행히 최씨는 스스로 더 이상 감당이 안 되는 상태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학교를 휴학 중이었다. 주 2회 외래를 방문하도록 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규칙적인 식습관과 수면 습관을 강조했다.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고 수면은 무조건 12시 전에 취침하도록 했다. 그리고 낮에는 주 4회 이상, 하루 30분간 자전거 타기와 걷기를 시행했다.
‘스트레스성 이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환자가 일단 이명에 상관없이 잘 잤다고 느끼게 되면 점차 이명의 영향력 아래서 벗어났다고 생각하게 된다. 최씨의 경우도 처음 4주간은 수면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침 치료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안정을 꾀하고 몸의 긴장을 풀어 숙면을 유도하는 약을 처방했다. 젊은 환자들은 특별한 보약의 도움이 없이도 숙면과 규칙적인 식습관만으로도 체력이 쉽게 회복된다.
4주 정도 지나 다시 스트레스에 대한 자율신경계 반응 검사와 신체 반응 활성도에 대한 검사를 했다. 자율신경계 반응은 점차 호전되고 있었고, 신체 반응 활성도는 2배 이상 호전되었다. 이번에는 보다 적극적인 운동을 실시했다. 신체가 격렬한 스포츠 활동을 할 때에는 잠시 머리가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환자의 경우, 체력이 뒷받침 될 때에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보다는 테니스, 권투, 스쿼시 등 보다 적극적인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최씨는 열심히 치료에 따라주었고,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에는 전반적인 몸 상태가 모두 나이에 맞는 정도로 회복 되었으며, 이명은 컨디션이 나쁠 때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반복하는 정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