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최혁재 팀장] 보건뉴스 - 복지하겠다고 복지 뺏는 정부
관리자
14-04-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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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하겠다고 복지 뺏는 정부


[보건포럼]

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최혁재 기자 , hongysig@bokuennews.com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예제팀장/한국병원약사회 법제이사 최혁재   
연초 서울지역 병원들은 낯선 이슈로 술렁였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마당부터 들려운 무거운 소식에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유인즉슨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난데없이 각 병원 재무부서에 연말정산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의료비 할인받은 금액을 소득으로 잡아 과세하라는 항목이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말 감사때까지만해도 별말 없다가 갑자기 지침이 내려온 것을 보니 정부의 복지 정책으로 인해 세원발굴이 급해지자 전부터 관례적으로 복지로 인정해왔던 영역을 소득으로 간주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중에서도 최상위권의 급여를 받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중산층이 대부분이다. 쉽게 말해 다달이 월급받아 생활비, 교육비 쓰고 자녀들 교육비 감당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고가의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더더욱 요원하다. 그저 정년까지 다니다가 연금받아 생활할 수 있기만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성실한 가장들이다.병원에서 근무하다보니 본인과 가족 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님과 형제자매까지 재직중인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올때가 많다.

진료 할인도 할인이지만, 아무래도 병원이라는 기관의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동선이 얽혀있으며, 눈치껏 스케줄을 맞추지 않으면 한번 갈 일을 두 번 갈수도 있고, 한두시간 내에 끝날 일을 여러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즉, 정형외과에 진료를 받으러 온 사람의 경우에는 엑스레이 촬영을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가 대기시간의 단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병원근무자들은 자신의 직장에 대해서 많은 월급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이 의료 서비스의 혜택을 큰 복지로 생각해왔고, 주변 가족, 친지들에게 어깨를 펴게 해주는 기반이 되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국세청에서 이 진료할인에 대해서 과세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원래는 본인뿐만 아니라 본인을 통해서 할인받은 가족들의 감면분도 모두 과세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해는 일단 본인 할인분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수습하고 지나간 것 같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다시 가족 할인분에 대해서도 적용하겠다는 얘기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어 병원측에서도 고심이 많다.

사실 가족 중에서도 병원근무자에게 부양가족으로 등재된 사람도 있지만, 본인의 근로소득이 있거나 다른 형제에게 부양가족으로 등재된 사람은 의료비 지출에 대한 세금 감면이 그 해당자에게 혜택이 돌아감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병원근무자에게 부담시킨다는 지독한 법외적인 독소조항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유리지갑의 중산층 월급쟁이들에게 세금을 걷는 이유는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겠지만, 정작 연말정산 환급분을 기대하며 근근이 가계예산을 짜서 생활하는 힘없는 월급쟁이들에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돌려받기는커녕 쓰지도 않은 돈에 대해서 부과된 세금을 적지 않게 토해내야 되었고, 받지도 못한 소득이 상승하는 바람에 4월말이면 돌아오는 건강보험료 정산에서도 폭탄을 맞을 뿐만 아니라 연금부담액도 덩달아 올라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산층이 지출하는 생활비의 상당부분이 자녀들의 교육비와 의료비가 주를 이루고, 노령화사회가 진행되면서 부모님의 의료비 부담은 늘어가는데,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특별소득공제한도에 이 두 항목이 포함되면서 아무리 할인을 받아도 의료비와 교육비 지출이 컸던 사람은 더 피해를 보았다.

1년만에 다시 세액공제로 전환되었지만 이제 가족들에게 우리 병원에 오라는 소리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 병원근무자들에게 삶의 큰 기둥이었던 의료비 혜택이 이제 삶을 파먹는 나무뿌리처럼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복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만만한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를 털기전에 정부부터가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각 부처마다 사업비로 잡아놓은 돈 중에서 꼭 집행하지 않아도 되는 돈이 있는지, 예산을 쓰기 위해서 필요 없는 일을 벌이지나 않는지,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일을 벌여놓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평생 한번도 항공기 1등석을 타보지 못하는 서민들이 낸 세금으로 1등석만 타고 다니는 국회의원들과 정부고관들은 서민들과 다른 신체구조를 가졌는지 말이다. 정부부터 아낄 것은 분명히 아껴놓고 그 다음에 국민들에게 손을 벌려야 맞다는 것을 왜 모를까? 무리한 복지 정책의 시행으로 하루하루 오늘은 또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가슴졸이며 정부를 원망하는 서민들의 속은 누가 알아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