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태의 소아보감
아이돌 가수들이 입고 나오는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진이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다. 스키니진을 입을 수 있는 마른 체형에 대한 아이들의 욕구는 맹목적이어서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원 푸드 다이어트’를 시도해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과연 스키니진이 ‘인생의 봄’에 해당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적당한 옷일까?
연예인들은 일반적으로 정상인보다 훨씬 말랐다. 이것은 혹독한 트레이닝과 때로는 인위적인 시술을 통해 일시적으로 만든 모습이다. 그런데 많은 청소년들은 이런 이미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터무니없이 적은 영양을 섭취하며 이들을 모방하려 한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기의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골다공증, 성장부진 등 여러가지 건강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 극단적인 소식은 의도하지 않은 폭식으로 이어져 소아비만과 학습능력 저하도 불러올 수 있다. 적절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면 면역력은 저하될 것이고 각종 감염병에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중·고등학교 교실에서 단체로 폐결핵에 걸리기도 했는데,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 아닐까 하고 의심해본다.
실제로 스키니진과 같이 몸에 달라붙는 스타일의 옷은 우리 몸을 많이 불편하게 만들고 피로하게 만든다. 교복을 입는 중·고등학생들이야 수업시간에 스키니진을 입지는 않겠지만 초등학생의 경우 스키니진을 입고 등교한다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 또한 여아의 경우, 음부 분비물의 증가나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혈액순환에도 장애를 일으켜 평소 자주 쓰러지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했던 어린이나 소화장애를 가지고 있던 어린이라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바로크 시대부터 빅토리아 시대까지 단단한 뼈대로 된 코르셋을 있는 대로 조여 허리 사이즈를 과도하게 줄이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코르셋은 숨쉬기가 불편해 많은 여성들이 현기증을 일으키거나, 갈비뼈 탈골 또는 골절을 겪었다. 또 이 코르셋이 유산과 사산의 원인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장기 변형, 발육 부진, 죽음까지 초래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200년 동안이나 여성들은 아름다운 허리 라인을 위해 이 무시무시한 코르셋을 착용했고, 19세기 말에는 이를 위해 갈비뼈를 제거하는 성형수술이 유행했다고 한다. 아마 몇 세기가 지나고 나면 현재의 스키니진 열풍에 대해서도 역사책에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기록될지 모르는 일이다.
한의학에서는 소아청소년 시기를 대사의 기능이 빠르고 성장과 발달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양기가 풍부한 시기로 본다. 계절로 치면 사계절 중 봄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 소문 사기조신대론>에서는,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니 머리카락과 몸의 옷을 느슨하게 하여 의지가 살아나도록 하라고 권한다. 이를 ‘인생의 봄’인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면,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딱 달라붙는 옷보다는 느슨한 옷을 입히는 것이 성장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바람직한 최종 키를 만들어야 할 시기인 인생의 봄날에 스키니진을 입는 것이 과연 그 욕망만큼 바람직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장규태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아과 교수